🎬 바빌론 (Babylon, 2023) 리뷰 – 꿈과 광기의 교차로에서
이미지 출처: TMDB
🎥 영화 기본 정보
- 제목: 바빌론 (Babylon)
- 감독: 데이미언 셔젤 (Damien Chazelle)
- 출연: 마고 로비, 브래드 피트, 디에고 칼바, 진 스마트, 토비 맥과이어
- 장르: 드라마, 역사, 음악
- 제작국: 미국
- 개봉: 2023년 (대한민국 기준)
📖 줄거리 요약
《바빌론》은 1920년대 후반, 할리우드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혼란과 격동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가난한 멕시코 이민자 매니(디에고 칼바)가 영화 산업에서 성공을 꿈꾸며 시작된다. 그는 우연히 파티에서 영화 스타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와 떠오르는 신예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를 만나며, 거대한 영화 산업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잭은 전설적인 무성영화 배우지만, 유성영화로의 변화 속에서 점차 존재감을 잃어간다. 넬리는 거침없는 끼와 본능으로 무명의 댄서에서 단숨에 스타가 되지만, 그만큼 빠른 추락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인물들의 부상과 몰락을 지켜보며 매니는 점점 영화라는 세계의 찬란함 뒤에 숨겨진 광기와 어두움을 목격하게 된다. 《바빌론》은 한 시대의 흥망성쇠를 웅장하고도 혼란스럽게 그려낸다.
🧭 주제 해석과 작품 분석
《바빌론》은 단순한 영화 산업의 시대극이 아니다. 감독 데이미언 셔젤은 영화의 탄생과 그 광휘, 그리고 몰락의 역사를 통해 예술이라는 집단적 열망이 얼마나 아름답고 동시에 파괴적인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오프닝부터 혼란스럽고 방탕한 파티 장면으로 시작되며, 관객에게 한 시대의 광기를 던진다.
셔젤 감독은 기존의 《위플래쉬》, 《라라랜드》에서 보여준 리듬감 있는 연출을 넘어, 이번에는 혼돈의 카오스 자체를 미학으로 삼았다. 화면은 쉼 없이 흔들리고, 카메라는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인물들의 감정선은 날것 그대로 튀어나오고, 음악과 편집은 전혀 절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하나의 강렬한 에너지를 유지한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영화가 영화 그 자체를 '믿음'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잭, 넬리, 매니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에 인생을 걸고, 영화는 그들을 살리고 파괴하며, 결국 남는 건 시간을 뛰어넘어 영원히 기억되는 한 장면뿐이다. 《바빌론》은 그 장면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불사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감상 포인트 & 인상 깊은 장면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는 넬리가 처음 영화 촬영에 투입되어 즉석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이다. 마고 로비는 본능과 광기를 오가는 연기로, 한 인물이 스타가 되는 순간을 단숨에 설득력 있게 완성한다. 마치 대사보다 표정 하나, 눈빛 하나로 시대를 압도하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장면은 영화 후반부, 매니가 극장을 찾아 무성영화부터 현대영화까지의 역사를 몽타주처럼 보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영화라는 예술이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였는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셔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영화라는 매체의 감정적 유산을 오마주하며, 관객에게도 묻는다. “당신은 왜 영화를 보는가?”
🎯 바빌론이 남긴 메시지
《바빌론》은 성공과 몰락, 예술과 타락, 사랑과 상실, 존재의 광기 등 수많은 주제를 폭발적으로 쏟아낸다. 누군가에겐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1920년대 할리우드가 실제로 지니고 있던 에너지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미화해온 고전 할리우드의 뒷모습을 낱낱이 드러낸다. 성공이라는 허상, 쾌락의 무덤, 끊임없이 변하는 트렌드, 그리고 잊혀지는 사람들.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허망한 세계 속에서도 영화라는 마법은 끝내 살아남는다는 믿음을 전달한다.
《바빌론》은 불편하고, 장황하고, 때론 과하지만, 그 안에는 영화 자체에 대한 깊은 헌사가 담겨 있다. 영화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시대를 기억하게 하고, 인생을 조각해내며, 때로는 사람의 존재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만든다.
✅ 한줄 요약
《바빌론》은 혼란과 광기 속에서도 영화라는 꿈을 놓지 않았던 이들의 열정과 몰락을 통해, 예술의 찬란함과 그 그림자를 동시에 마주하게 만드는 강렬한 시대극이다.